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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수는 누구?

2012-10-08 기원 하 다:Kaiwind Auteur:운서

 

고할아버지 생전

이웃 집 고할아버지는 이직 휴양 간부로 성격이 좋아 종래로 성낼 줄 모르며 항상 빙그레 웃는 모습, 그리고 고할머니에게 절대 순종하는 이름난 모범 남편이다. 고할머니는 의사 출신으로 선량하고 성격이 밝으며 열성적인 분이다. 자식들이 결혼후 타지역에서 생활하기에 노부부는 노간부 휴양소에 입주했다. 고할아버지는 중년에 고혈압, 관상동맥 심장질환으로 다년간 줄곧 약을 복용했고 고할머니는 매일 물이며 약이며를 갖다 드리며 정성껏 시중을 들었다. 

1995년 가을 고할머니가 법륜공에 심취돼 매일 새벽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귀가하며 은밀하게 행동했다. 차츰 몰라보게 변해 야멸스럽고 생소하고 어딘가 적의를 품기도 했다. 내가 수차 인사해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이웃들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 답답한 고할아버지는 자주 우리집에 찾아오군 했는데 항상 그늘 진 얼굴이었고 종전의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1996년 여름 어느 저녁 무렵, 고할아버지 집에서 갑자기 요란한 말다툼소리가 들려오기에 달려가보니 얼굴을 붉힌 고할아버지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만 가쁘게 몰아쉴 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거실에는 약이며 병력서며 책들이 지저분히 널려있었는데 고할머니가 “약만 먹어봐! 약만 먹어봐!”를 반복이며 바닥에 널린 약들을 짓밟아 뭉개고 있었다.

고할머니가 법륜공을 연공한후 /‘병은 업력이고/’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해서는 절대 병이 치유될 수 없다/’는 <전법륜>의 말을 믿고 고할아버지를 약을 복용하지 못하게 하고 고할아버지에게 /‘연공소업/’을 강요했다.

그날 오후 고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해 검진을 받으려고 의사를 불렀는데 혈압이 200까지 올라 의사가 당장에서 처방을 내고 고할아버지에게 약을 복용시키고 꼭 제때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신신당부했다. 약덕에 고할아버지의 증상이 잠시후 많이 완화됐다.

그런데 연공하고 돌아온 고할머니가 약을 보더니 노발대발,히스테리적으로 소리 지르며 고할아버지의 약을 바닥에 던지고 한알 한알 발로 짓밟아 뭉개고 그러고도 성차지 않아 빗자루로 하수구에 마구 쓸어 넣었다.

그후 고할머니는 고할아버지를 엄격히 단속했다. 의사검진을 받거나 약을 복용하지 못하게 지키고 보건의가 드나들지 못하게 했다. 어느 하루 보건의가 집에 와 검진을 마치고 약을 남겼다. 그런데 고할머니는 “이게 어디 약이냐, 쓰레기보다 더 한 쓰레기지, 오직 대법을 수련해야만 장생불로 할 수 있고 영원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와락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고할아버지는 <의료카드>, <의료수첩>, <진료전이카드> 등을 위생소 의사에게 맡겨놓고 몰래 몰래 밖에서 약을 복용할 수 밖게 없었다.

그러나 고할머니의 단속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약만 복용하면 당장 빼앗아냈다. 어느날 고할아버지는 얼굴이 벌개서 비칠거리며 위생소에 발을 들여놓기 바쁘게 “의사선생님, 저 머리가 어지러워 견딜 수가 없으니 빨리 강압약 몇 알만 주세요” 다급해했고 의사가 약을 내놓자 덥썩 당겨 입에 쓸어넣고 물도 없이 삼켜버리고는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고할아버지의 휘청이는 뒷모습을 보고 모두들 마음이 괴로웠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두려움없이 싸우던 분이 그까짓 약 몇 알을 위해 몰래 몰래 행동해야 하니 참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고할아버지의 건강이 날로 걱정돼 직장 간부들이 수차 방문, 권유했다. 그러나 고할머니는 “법륜대법이야말로 우주의 최고 대법이며 대법의 가지가 있고 사부 법신의 보호가 있어 우리가정에는 꼭 복이 있을 것이다. 왕선생이 나보다 훨씬 젊어도 나보다 먼저 갈지도 모르고 난 수련하는 사람이고 당신들은 속인들이니 다시는 우리집을 더럽히지 말라” 며 가부좌 연공을 시작했다.

간부 휴양소는 조건이 좋아 전화 한통이면 세탁, 청소, 물 배달 등을 무료로 제공받는데 고할머니는 타인의 가내 출입을 금지했다. 누구든 좋은 마음으로 찾아갔다만 코밥만 먹기 마련이다. 고할머니가 법륜공 수련에만 정신을 팔다보니 집안일은 모두 고할아버지 혼자 맡아했다.

2003년 겨울 오후 3시경, 고할아버지가 생수 배달을 요구해 직원이 평시와 같이 생수통을 대문 앞까지 배달하고 돌아간 후 고할아버지가 생수통을 옮기려다 계단에서 넘어져 정신을 잃었다. 위생소가 바로 근처에 있고 호출기도 문어구에 있었지만 고할머니는 종래로 사용하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가보니 고할아버지는 이미 집안으로 모셔졌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계셨다.

그런데 고할머니가 우리를 쫓아내고 문을 잠그고 나가더니 얼마후 /‘공우/’ 네댓을 데리고왔다. 이때 의사, 이웃들, 직장 간부들이 다 도착했으나 고할머니는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공우들과 함께 고할아버지 주변을 에워싸고 앉아 뭐라 중얼거리기만 했다. 한시간이 지났지만 고할아버지는 잠잠/…/… 두시간이 넘어도 역시 잠잠했다.

결국 문을 걷아차고 사람을 구하라 직장 간부가 령을 내렸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고할아버지는 언녕 눈을 감으셨다.

나는 고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영영 잊을 수가 없었다. 두 눈을 감지 못한 채 분노에 차 무엇을 바라보고 계셨는데 눈가에 한 방울의 맑은 눈물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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