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바보 토끼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날 한무리의 토끼들이 맛 좋은 열매를 한 무더기 찾았다. 게걸스레 한바탕 먹고나서 나머지를 그 자리에 묻어뒀다가 이튿날 계속 먹기로 했다. 한참 두루 살피던 토끼 A는 머리위 프른 하늘에 뜬 구름 한송이를 보고 열매가 구름 밑에 묻혔다고 기억했고; 토끼B도 한참 여기저기 보고나서 해가 쨍쨍 비치는 산 언덕에 열매가 묻혔다로 기억해두었다. 좀 총명해 보이는 토끼C는 열매가 나무밑에 묻혀있다고 기억해 두었다. 그러고 나서 토끼들은 껑충껑충 즐겁게 집에 돌아갔다. 이튿날 숲속의 주민들은 새로운 광경을 발견했다. 토끼 한 마리가 하늘에 뜬 한 송이 구름을 쫓아 미친듯이 달리고 한 마리는 주변의 여기저기 산 언덕을 부지런히 파헤치고 다른 한 마리는 끝없이 이어진 숲속을 멍해 바라만 보고 있었다.
법륜공이 기사화에 열을 올리던 /‘소가둔 수용소/’의 제1증인 R선생, 나중에 들을라니 무슨 피터라 부른다던가, 이 바보 토끼들보다 얼마 총명치도 않다. 피터선생은 자신이 여러번 /‘소가둔 수용소/’가 소재한 현지에 가서 조사를 진행하고 또 주변 주민들에게 거듭 확인했다 하면서도 증언중의 /‘소가둔 수용소/’의 위치는 “소가둔의 어느 으슥한 곳”이라 했다.
법륜공측에서 흘린 소식에 따르면 피터선생은 베테랑 기자요 무관지왕이라 사람을 놀래는 소리다. 상기 일만 보아도 피터선생에겐 /‘무뇌지왕/’이란 칭호가 더 잘 어울림이 틀림없다.
일주일후 법륜공조직은 마지못해 공중들에게 /‘소가둔 수용소/’의 정확한 주소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외계에서 말하는 비밀 수용소는 심양시 소가둔구에 소재한 요녕성 혈전중서결합병원의 뒷 울안에 설치됐는데 구체적인 주소는 심양시 소가둔구 설송로 49호이다”.
이상스럽게도 번화가에 위치한 사람들로 붐비는 소가둔구 혈전중서의 결합병원이 아무리 봐도 피터선생이 말한 그 /‘으슥한 곳/’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이 비밀 감옥 주변에 약 3미터 높이의 담벽이 있고 붉은 벽돌로 쌓았으며 그 위에 전기가 통하는 철사로 둘러싸여 기여올라 갈 수 없는 곳”이고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으며 사람들은 다들 여기가 무슨 단위인지 모른다”고 피터선생이 폭로했다.
그러나 법륜공 스스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소가둔 혈전중서의결합병원은 3미터 높이에 전기가 통하는 철조망으로 둘러싼 붉은 벽돌의 담벽이 없으며 주변 주민들중 발가락을 꼽지 않고는 열마저 셀 수 없는 바보도 거기가 유명한 병원임을 알고 있다. 하물며 그 병원은 정문에 거대한 간판이 걸려있고 날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국내외 환자들이 줄을 쳐 오가는 곳이다.
경이스럽게도 피터선생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정황에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얼마후 법륜공조직의 입을 통해 /‘소가둔 수용소/’가 /‘지하 수용소/’로 둔갑했다. 피터선생이 한때 고생스레 “여러번 현지 조사를 진행한” “전기가 통하는 철조망”과 “3미터 높은 붉은 벽돌 담벽” 등 지상의 심상치 않은 것들이 “지상에서는 그 어떤 이상함도 보아낼 수 없다”는 한마디로 슬쩍 흘러버리고 철저히 덮어버렸다.
용하다, 피터선생! /‘무뇌지왕/’의 왕좌를 굳혔으니 이젠 의사를 찾아가 눈 진찰도 받아봐야 될 것 같다.